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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lingual이 된다는 것 (누나영 Primer~Beginner 과정 수강 후기)

안녕하세요! 현재 누나영에서 Challenger를 수강 중인 Tony입니다. 원래는 누나영을 떠날 때쯤 총정리 후기를 쓰려고 했는데, 코로나로 인한 위기 속에서도 무료 Zoom 강의를 진행해주신 누나영 선생님들과 매니저님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함과 동시에, 작게나마 힘이 되어드리고자 ‘Primer~Beginner 수강 후기’를 먼저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부디 이 후기가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글이 꽤..상당히.. 깁니다..ㅎㅎ PC에서 읽으시는 걸 권장합니다..!
개인 SNS에 게시하려고 작성한 글을 옮겨온 것이어서, 지인들에게 얘기하는 듯한 형식으로 쓰여 있습니다.
본문 내용 중엔 제 개인적인 생각도 있지만, 상당 부분은 누나영 선생님들께 배운 것을 인용했습니다. 하나하나 인용을 밝히진 못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ㅠ 이 글이 완성되도록 좋은 가르침을 주신 누나영 선생님들께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본문은 편의와 가독성을 위해 경어를 생략하겠습니다.
1. 누나영 수강 전 상황
우선, 매우 부끄럽지만, 참고에 도움이 되도록 누나영 수강 전 내 수준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까보겠다.
고딩 때 기준 수능 영어 2등급 정도였으나, 대입 후 영어 놔서 점점 떨어짐.
수능 이후 별도 영어 사교육은 받지 않음. 즉, 공교육 영어 중상위권에서 수준이 멈춘 뒤 계속 하락.
학창시절 문법은 자신 있었으나, 많이 까먹음(그리고 후술하겠지만, 잘못 배움).
- Listening 못함. 조금만 빨라지고 길어지면 많이 놓치는 수준.
- Speaking 겁나 못함. 대충 단어만 이어던지고, 글로는 아는 문장도 다 틀리게 말함.
토익, 오픽 등의 어학시험 경험 전혀 없음.
※ 물론 이어질 글은 이러한 수준과는 상관없이 참고할만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음.
나는 수능 이후 영어를 던져버렸는데(영어를 '시험과목'으로서 공부하는 것에 질려버렸던 것 같다), 종종 외국인을 만나거나 해외여행을 갔을 때, 몇 년이나 영어공부를 해 놓고도 말 한 마디 제대로 못하는 내 모습이 너무 한심해서, 항상 회화를 공부하려는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끈기가 없던 탓에 매번 흐지부지 끝나버렸고, 전역 후 다시 한 번 마음을 잡고 해커스와 유튜브로 공부를 하려던 차에, 친구로부터 우연히 이 학원을 추천받았다.
처음엔 사양했다. 학원이 다 거기서 거기라 생각했고, 이미 인강도 등록해서 공부 중이었기에 혼자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 친구가 ‘여기는 내가 이제껏 공부해본 곳 중에서 손꼽히게 마음에 들고, 나만 알고 다니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좋은 곳’이라고 표현했는데, 그렇게 강력히 추천한다면 한 번쯤 다녀볼만 하겠다 싶어 등록을 결정하게 됐다.
사실 처음 등록할 때만 해도 이렇게 작정하고 영어를 공부할 생각이 없었고, 내 목표는 딱 ‘영어로 소통을 할 줄 아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첫 달 수강 후 ‘이건 진짜다’라는 생각에 학원에 전념하기 시작했는데, 수강을 거듭할수록 목표가 계속 커져서 지금은 프로그램 졸업도 고려중이다. 이 후기는 내가 어떤 연유로 이렇게 생각이 변하게 되었는지에 관한 것이다.
2. 누나영 프로그램에 관하여
0) Bilingual이 된다는 것
이 프로그램은 궁극적으로 bilingual 양성을 목표로 한다. bilingual의 사전적 정의는 ‘이중 언어 사용자(본래 형용사지만 명사로도 쓰인다)’로, 외국어를 모국어처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특정 상황에서의 단순한 ‘의사소통’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영어를 익히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요즘은 ‘파파고’라는 경이로운 새도 있으니, 거기에 의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bilingual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얘기이다.
본래 ‘언어’에서는 각각의 말들이 사전적 정의를 넘어서 ‘맥락과 의도’를 담게 되고, 사용자의 ‘문화(경향성)’ 또한 담는다. 모국어인 한국어의 경우로 생각해봐도, 단순히 언어를 ‘사용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것은 다른 개념이라는 걸 알 수 있다(여기서 ‘잘한다’는 것은, 상황과 의도에 맞는 적절한 어휘와 어감으로 언어를 잘 표현하는 것을 뜻한다). 외국어도 똑같다. bilingual이 되는 데 있어 단어, 문법, 구문 등을 익히는 것은 기본적인 전제일 뿐이고, 그 외에도 많은 요소가 필요한 것이다.
다음의 예시들을 보자. ‘endure / bear / stand / tolerate / put up with’ 이상의 말들은 모두 한국어로 ‘참다, 견디다’로 번역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모두 같은 맥락에서 쓰일 수 있을까? 마찬가지로, ‘after all / eventually / finally’는 모두 ‘결국’으로 번역될 수 있지만, 각각이 어떤 다른 어감을 지니는가? 또, 무언가를 찾을 땐 look for을 쓰지만, 왜 그것을 찾았을 땐 find(정확히는 과거형인 found)를 쓸까?
위의 예시들은 각각 ‘참다’, ‘결국’, ‘찾다’로만 알고 있어도, 해석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다. 각각의 단어들이 모국어인 한국어로 번역되는 순간, 그 맥락을 추론하기가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전혀 다른 문제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영어로 정확하게 표현하려면, 각각의 단어나 표현이 가지는 의미를 확실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사실 미묘한 어감의 차이에 따라 적절한 표현을 사용해야 하는 것은 비단 영어 뿐 아니라 한국어도 같다. 한국어가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모국어인 탓에, 자연스럽게 체득되어 사용하고 있을 뿐.
하다못해 단어에서만도 이런 맥락 차이를 구분해야 하는데, 구사에서 사용자의 ‘문화’까지 파악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는가? 심지어 언어는 저마다의 특색(예를 들어, 활용이 동사 위주인지, 명사 위주인지)도 가지고 있으며, 이 또한 필수적으로 학습해야 하는 요소이다. 따라서 외국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하는 bilingual이 되는 것은, 일반적인 영어 공부와는 조금 다른 갈래이다. 앞선 예시들에서의 어감과 맥락 차이는 혼자서 공부하기 어렵고, 설사 괜찮은 자료를 구하더라도 명료한 설명 없이는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당연히도, 영어에 대한 기초가 탄탄하지 못하다면 더 어려울 것이다.
이것이 바로 bilingual에게 외국어를 배우는 것이 효과적인 이유이다. 진정한 bilingual은 외국어 사용에서의 모호한 차이들을 능숙하게 한국어로 설명할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방법이 이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는 해외 거주 경험으로 자연히 언어와 문화가 체득된 경우도 있을 것이고, 딱히 누군가에게 배우지 않고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스스로 외국어에 통달한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교수력을 갖춘 뛰어난 bilingual과 함께 하는 것이, 영어를 배우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 중 하나인 건 분명한 사실이다. 아마 ‘라이브 아카데미’ 같은 유튜브 채널이 인기를 끄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자 이제 피나는 노력 끝에 영어라는 ‘언어’에 대해 완벽히 이해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비로소 우리가 bilingual이 되었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 불행히도, 아니다. 아직 ‘자유로운 사용’이라는 거대한 벽이 남았다. 아마 나를 포함한 상당수가 이 앞에서 좌절해 왔을 것이다. 언어의 ‘이해’와 ‘사용’은 절대적으로 별개이며, 이 중 하나라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는다면 bilingual이라고 할 수 없다. 문제는 이제껏 시험을 위한 영어에만 충실했던 사람이라면, ‘이해’에 비해 ‘사용’에 대한 기초가 상당히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 글을 읽는 대다수도 영어 ‘사용’에 대한 어려움을 직면해보았을 것이다. 영어에 극도로 친숙한 환경에서 자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누구라도 처음부터 말을 잘 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우리 모두는 공교육을 통해 영어의 기초를 다지지만(심지어 꽤 수준급이다), 영어를 사용하는 법을 배우진 못했다. 이는 실질적 활용은 간과한 채 시험에만 매몰되는 한국 영어교육의 씁쓸한 한계이며, 이를 보완하여 bilingual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별도의 노력이 불가피 하다. 어떤 분야라도 ‘능숙함’을 갖추기 위한 훈련이 요구되고, 이는 영어라는 '언어'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더욱이 영어에서의 '구사'는 단순히 문장을 막힘없이 뱉을 수 있다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문장력을 갖췄다는 전제를 깔고도, 말로 내뱉을 때의 기술적인 측면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특히 영어는 한국어와는 달리, 단어에서부터 '강세'의 위치가 정해져 있는데, 그 '강세'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발음현상들이 핵심이므로, 애초에 한국어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물론 정확한 발음도 중요하다. 하지만 영어는 세계 공용어인 탓에 사용자에 따라 조금씩 발음의 차이가 존재하고(어학시험에서도 미국식, 영국식, 호주식 등으로 나뉘는 걸 볼 수 있다), 다양한 발음들 간에도 소통이 가능하도록 이어주는 것이 바로 '강세'이다. 따라서 경험의 축적이나 지속적인 쉐도잉으로 이를 익히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이제까지 얘기한 모든 맥락에서, bilingual로 거듭나는 효율적인 방법 중 하나로 누나영의 ‘국내 어학연수 프로그램’을 과감히 추천한다. 장황하게 서론을 깔아놓고 이렇게 얘기하니까 내가 봐도 좀 약 파는 것처럼 보이는데..ㅋㅋㅋ 부디 오해하지 않길 바란다. 이 글을 작성함으로써 내가 얻는 이익은 아무 것도 없다. 적어도 나는 이런 글을 정리할 만큼 이곳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을 뿐이다. 누나영에는 문법적 기초를 확실하게 세울 컨텐츠가 있고, 어떤 맥락과 어감도 명쾌히 설명해주시는 선생님들이 계시며, 실제로 사용하는 능력을 기를 체계도 갖추고 있으니 말이다. 이에 대해선 차차 상술하겠다.
물론 모두가 bilingual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누군가는 취업을 위한 어학시험 점수나, 가벼운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만을 추구할 수도 있고, 아무도 그것이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만약 본인이 앞으로의 인생을 영어와 함께 살아갈 계획을 품고 있다면, 학습의 방향성을 바꿔서 bilingual을 목표로 하는 것도 고려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1) 누나영에서 가장 크게 느낀 점 3가지
누나영에는 총 4단계(입문, 초급, 중급, 고급 / 각각 1,2,3,4달짜리 과정 / 즉, 총 10개월)의 정규반이 있지만, 시작은 무조건 Primer(입문) 혹은 Beginner(초급) 강좌 중 하나를 골라야한다. 본인이 어느 정도 영어를 공부한 경험이 있으면 간단한 작문 시험 후 Beginner부터 시작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Primer부터 시작한다.
혹여나 ‘나는 어학시험 성적 엥간히 나오고, 회화도 엥간히 할 줄도 아는데 꼭 초급부터 시작해야하나? 바로 중급부터 시작하면 안 되나?’라는 생각이 든다면, 겸허히 그 생각을 내려놓는 걸 권장한다. 난 누나영 수강을 시작한 이후, 내가 이제까지 영어를 대충 공부했어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는데, 혹여나 내 실력을 좀 더 자만했더라면 나 역시도 기초반 수강을 망설였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럼 여기서 배운 내용들을 놓친 채로 영어공부를 계속 해 나갔을 텐데, 생각만 해도 아쉬운 일이다.
누나영에서 공부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난 이제껏 시험을 위한 영어만 배워왔구나’,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 정확히 알지 못했거나 틀린 내용이었구나’ 였다. 이제까지 3개월 간 입문&초급과정 수업을 들으면서 아예 몰랐던 개념은 없었지만, 바로잡은 개념은 셀 수 없을 정도이다. 한국 공교육에선 영어의 실질적 사용은 소홀히 한 채 수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니, 학창시절에만 열심히 공부했던 나에겐 당연한 결과 같기도 하다. 아래 질문들에 한 번 답해보자.
‘전치사’는 무엇이고, 문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
‘I am seeing him at the movies tomorrow.’라는 문장이 어색해 보이는가?
‘현재시제’를 어느 시점에 쓰는 것으로 알고 있는가? 혹시 그냥 ‘현재’라고만 생각했는가?
‘win’의 뜻을 ‘이기다’로 알고 있는가? / ‘친절한’하면 ‘kind’, '유명한'하면 'famous'부터 떠오르는가?
‘have'를 '가지다'로, 'get'을 '얻다'로 알고 있는가? 혹은 뜻을 여러개로 암기하고 있는가?
‘should’의 의미를 ‘해야한다’로 알고 있는가? / ‘will’을 미래시제 조동사로 알고 있는가?
‘could’를 can의 과거형으로, ‘would’를 will의 과거형으로 알고 있는가?
‘stop Ving’와 ‘stop toV’는 의미가 어떻게, 왜 달라지는지 설명할 수 있는가?
아주 기초적인 개념들이지만, 학교에서 정확하게 배우지 못했거나, 잘못 배웠을 가능성이 있는 것들이다(개인적으로 궁금해서 지금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몇몇 학생들에게도 물어봤는데, 여전히 잘못 배우고 있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만약 긴가민가한 질문이 있다면, 지금의 영어 공부에 뭔가 석연찮은 부분이 있는 것이다(적어도 bilingual을 추구하는 입장이라면 그럴 가능성이 높다). 위의 질문들은 누나영에서 다루는 내용 중 극소수를 발췌한 것인데, 이처럼 누나영에 오면 ‘실제로 사용되는 정확한 영어’를 배우는 과정 속에서, 매일매일 뒤통수를 쎄게 맞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두 번째로, 누나영은 학습에 있어 근본과 원리를 중시하는데, 개인적으론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근본을 중시한다는 건 항상 ‘왜?’라는 질문과, 그에 이어서 ‘그래서 어떻게?’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진부하기 짝이 없지만, 아주 중요한 과정이다). ‘영어공부의 목적은 무엇인가?’, ‘bilingual이란 무엇이고, 어떤 요소가 갖춰져야 하는가?’, ‘그래서 효율적으로 영어를 공부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의 질문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이런 측면에서 누나영 프로그램은 허투루 구성되어 있는 법이 없다. 각각의 모든 수업과 과정이 목표하는 바가 뚜렷하며, 하나의 개념에서도 ‘원리’와 ‘쓰임새’에 접근하여 기초를 확실하게 다진다. 이를 기반으로 구문에 적용시키고, 구사훈련을 병행하여 유창함을 기르는 것이다.
‘아니 꼭 문법 같은 원리를 제대로 알아야하나? 시제, 조동사 이런 거 개념 잘 몰라도 쓸 줄만 알면 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몰라도 되는 경우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실제적 경험의 축적으로 언어가 체득되어버린 때에 한해서만. 앞서 언급했던, 극도로 영어에 친숙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우리도 한국어를 아주 능숙하게 사용하지만, 문법을 따로 공부하지 않으면 원리를 설명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자연히 체득될 만큼 어떤 언어의 경험이 쌓인다는 건 결코 흔한 일이 아니고, 학습으로 언어를 익히려면 당연히 문법 같은 근본 개념은 필수이다.
어떻게 시제, 관계사, to부정사, 가정법 등의 원리와 쓰임새를 모르는 채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겠는가? 한국말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하듯이, 영어도 철자 몇 개만으로 말이 뒤바뀌는 경우가 있는 건 똑같은데 말이다. 하다못해 전치사 하나만 잘못 써도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간과한채 대략의 감으로 회화(쉐도잉)만 주구장창 파서 bilingual이 된다는 건 매우 어려운 길이다. 단계적 학습은 괜히 제시되는 게 아니다. ‘조금 더디더라도, 확실하게’인 것이다.
누나영에서 크게 느낀 것 중 마지막은, 유창함을 갖추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누나영 Output 수업에서는 Input(개념)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정확한 강세와 발음으로 말하는 연습을 수업 내내 반복하는데, 그렇게 수업 때 연습하고 혼자 복습까지 해놓고도, 시간이 지나면 종종 실수가 나온다(그냥 내가 언어적 재능이 떨어지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럼 ‘진짜 이렇게 못할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자존감이 뚝뚝 떨어지지만, 그나마 연습을 거듭할수록 말문이 트이고 실수가 줄어드는 내 모습을 보며 ‘하면 된다’는 위안을 얻었다.
이렇게 점점 나아지고 있는 데는 나의 노력도 물론 있지만, 효과적인 방법을 배우고 적용시키는 덕도 크다. 특히 누나영에서는 이 과정을 어느 정도 의무성을 가지고 시키는데, 나처럼 끈기가 없는 사람에게는 아주 효과적이다. 누나영에서 추구하는 구사훈련은 ‘진짜 이렇게까지 했으면 이제 됐다’라는 생각이 들 때쯤부터가 시작이다. 자다가도 ‘툭’ 치면, 바로 ‘탁’ 나올 정도여야 비로소 내가 자연스럽게 뱉을 수 있는 표현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반복연습을 혼자 시도하는 건 끔찍하게 지루한 일이므로, 그런 과정을 체계 속에서 함께 해 나갈 수 있는 것이 누나영의 또다른 강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걸 느끼며 3달 남짓 공부하고 나니, 그래도 이젠 가벼운 주제로 30분 정도 대화를 나눌 수준이 되었다(물론 여전히 쉬운 문장에서도 종종 실수가 나오지만..). ‘뭐야 3개월하고 이제야 가벼운 주제?’ 라며 비웃을 사람도 있겠지만, 누나영 수강 전 내 수준이 정말 끔찍했던 것을 생각하면... 스스로는 뿌듯하다ㅎㅎ 그리고 애초에 누나영이 속도보단 '완성'에 초점을 두는 곳이니, 고작 초급 과정을 끝냈다고 눈에 띄게 잘해졌다면 그게 오히려 어불성설일 것이다.
2) 누나영 프로그램 체계와 환경
자 드디어 구체적인 학원 얘기로 넘어왔다! 누나영 ‘정규반’ 수업은 기본적으로 강의 2시간, 스터디 2시간, 숙제로 구성되어 있고,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한 월~금 내내 수업이 있다(정규반 외에 추가적인 학습목표를 세운 ‘단과반’도 있지만, 단과반은 정규반 수강 이후의 단계이므로 추후 다른 후기에서 다룰 예정이다). 강의는 1시간씩 Input과 Output으로 나뉘는데, 각각 개념강의와 구사훈련(Speaking)강의이다. 이후 스터디는 대체로 조원(경우에 따라 멘토도 포함)과 함께 복습과 구사훈련을 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다른 학원들과는 다른 누나영의 특징 중 하나는, 돈만 낸다고 다닐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곳은 공부할 ‘의지’가 없는 학생은 과감하게 내친다(오해 말자. ‘수준이 낮은’ 학생이 아니고 ‘의지가 없는’ 학생이다). 1달에 숙제를 단 1회라도 미제출하거나(미리 얘기하고 밀리는 것은 괜찮다), 지각, 조퇴, 결석을 포함해서 6회를 초과하면, 해당 과정이 미수료 처리된다. 또한 예복습을 하지 않아서 대답을 제대로 못하면 혼나기 일쑤인데, 이처럼 전반적인 분위기 자체가 학생들의 의지와 노력을 상당히 중요시한다.
냉정히 말해 누나영을 다니는 것은 어설픈 각오로는 쉽지 않은 일이고, 특히 다른 일과 병행하려면 엄청난 열정이 필요할 것이다. 예복습과 숙제까지 마치는 시간을 고려하면 매일 최소 5~6시간을 몇 달 동안 영어공부에 투자해야하기 때문이다. 대충대충 다닐 생각으로는 수강을 지속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직장인을 고려한 Evening time도 있고, 실제로 30대 이상이신 분들도 꽤 계시니, 강한 의지만 있다면 누구라도 수강이 가능하다!
추가로 정규수업 외에도 매달 4~5회 이상 특정 주제로 특강이 열리고, Casual talk, 의문문 스터디 등 별도의 활동들도 있다. 나는 쌩백수로 여기에 전념하고 있는 만큼 최대한 모든 활동에 참여하려 노력했는데, 지속적으로 영어를 접하고 사용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있었던 것만으로도 아주 좋았다(여담으로 코로나가 터지기 전에는 Role-play나 드림팀 같이 재밌는 활동들도 있었다는데, 지금은 아쉽게도 다 중단되었다ㅠ).
내가 특히 깊게 감명을 받은 부분은 선생님들의 정성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누나영은 공부할 ‘의지’가 없는 학생에게는 냉정하지만, 반대로 열정을 가진 학생들에게는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일단 선생님들의 평일 스케줄이 진짜 장난이 아닌데(보통 이른 아침에 출근하셔서 밤에 퇴근하신다), 그럼에도 쉴 시간을 쪼개셔서 거의 매 주말에 무료로 특강을 열어주신다.. 또, 매 수업마다 시간을 초과해서 수업을 해주시고, 학급의 학생이 많든 적든(2~3명일 지라도) 똑같이 열정적으로 수업을 해주신다.
심지어 지난 12월에는 코로나 2.5단계 때문에 학원 최초로 1개월 휴원이 결정되었는데, 휴가를 보내시기는커녕 모든 학생들에게 무상으로 Zoom 강의를 해주셨다..ㅠ 내가 후기를 지금 쓰게 된 이유도 이렇게 어려운 상황 속에서조차 학생들의 학습을 먼저 생각해주시는 선생님들께 작게나마 힘이 되어드리고자 하는 것이 크다. 간혹 누나영의 단점으로 선생님들의 쓴소리를 꼽는 사람들도 있지만(팩폭으로 많이 혼나는 건 사실..이다..ㅋㅋㅋ...하지만 구구절절 옳은 말씀만 하셔서 겸허히 받아들일 뿐..), 개인적으로는 슬슬 지치고 나태해질만할 때쯤 듣는 팩폭들이 좋은 자극제가 되어서 좋았다.
결론적으로 누나영은 효과적인 의무성과 함께, 영어에 대한 열의가 클수록 더 큰 보조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3) Primer(입문) 과정
누나영에 대한 큰 줄기는 거의 다 얘기했으니, 각각의 과정에 대한 후기는 간략히만 언급하겠다. 사실 나는 작문 테스트에 합격해서 바로 Beginner로 시작할 수 있었지만, 그냥 Primer부터 시작했다. 쉬운 테스트 문항들도 막상 말로 하려면 술술 나오진 않았고, 영어 공부를 놓은 지 너무 오래되어 기본기를 다시 잡으려 했던 것 등이 이유였는데, 결과적으로는 좋은 선택이었다.
지극히 개인적으로, 영문법의 필수 뿌리는 ‘품사’, ‘문장성분’, ‘문장구조(흔히 5형식)’ 이 3가지라고 생각한다. Primer 과정에서는 이 개념들의 기초를 명쾌히 정리하고, 여기에 더해 be/자/타동사의 개념구분, 시제, 의문문 등 영어에서의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문법을 학습한다. 아무리 영어 기초가 부족한 사람일지라도, 이 과정을 통해 완벽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설령 배우는 내용이 이미 알고 있던 개념이어도, 정확하게 알지 못했던 내용을 바로잡으며 기초를 다시 다질 수 있는데, 이것이 내가 Primer부터 시작했던 것에 만족하는 이유이다.
만약 기존에 영어 공부를 어느 정도 했어서 레벨 테스트에 무난하게 합격하는 수준이라면, Beginner 과정부터 들어도 상관은 없다고 생각한다(개인적인 생각이니 참고만 하도록 하자). Beginner 과정에서도 Primer 과정에서 다루는 핵심적인 내용들을 중간 중간 짚고 넘어가므로, 혹시 오류를 바로잡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간단한 개념과 표현도 말로는 쉽게 나오지 않을 수 있으니, 본인이 영어 ‘사용’에 특히 취약하다고 느낀다면 가볍게 Primer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다. 분명하게 얘기해줄 수 있는 건, Primer 과정을 수강하고나면 Beginner 과정을 한결 수월하게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4) Beginner(초급) 과정
Beginner 과정은 발음달과 구문달로 구성되어 있는데, 발음달이 정말 최고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아마 발음에 대해 이렇게 집중적으로, 자세하고 명쾌하게 가르쳐주는 곳은 누나영이 거의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영어는 자음과 모음을 각각 따로 발음하는 언어인데, 자음만 따로 발음한다는 걸 상상할 수 있는가?(당연히, 한국어는 불가능하다). 그 어떤 영단어도 발음을 한글로 표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거의 유사한 것도 있긴 하다). 영어발음(구사)에서 중요한 것은 '강세'인데, 강세의 위치에 따라 발음이 어떻게 변하는지 알고 있는가? 발음이야 그냥 열심히 따라하다보면 좋아질 줄만 알았던 나에게, 이런 주제들은 아주 흥미로웠다.
물론 누나영에 다니지 않았어도 발음이 좋은 사람이 많은 건 사실이다. 다시 말해, 이렇게 원리를 배우지 않고도, 경험을 통한 체득이나 쉐도잉 등으로 발음을 완성시키는 게 불가능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본인이 발음이 좋지 않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거나, 발음을 엥간히 굴려보긴 하지만 더 정확하고 확실하게 배우고 싶다는 사람들은 딱 발음달만이라도 한 번 수강해보도록 하자. 모든 영어 발음의 정확한 원리와 방법을 싹 털면서, 효율적으로 발음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개인적으론 너무 참신한 충격이었어서 대학 교양 수업처럼 재밌게 수강했다.
발음달 내내 발음만 배우는 건 아니고 절반 남짓은 구문을 배우게 되는데, 그렇게 구문달까지 이어진다. 즉, Beginner 과정에서는 약 2.5주간은 발음을 배우고, 나머지 약 5.5주간은 구문을 배운다. Beginner 과정에서 구문을 배울 땐, 우리가 이미 다 알 법한 쉬운 단어와 문법으로 수많은 표현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이는 한국어와 영어의 언어적 특징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데, 예를 들어, 한국어로는 선크림을 ‘바르고’, 신발을 ‘신고’, 옷을 ‘입고’ 모자를 ‘쓰다’지만, 영어는 ‘wear’ 동사로 이 모든 동작을 표현한다. 반대로 글의 초반부에서 예시로 들었던, 영한사전의 정의는 같지만 각기 다른 맥락에서 쓰이는 단어들도 있다는 걸 기억할 것이다.
이처럼 영어는 영어만의 언어적 특징이나 사용자의 문화가 존재하기 때문에, 절대 한국어를 사용할 때의 사고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누나영에서는 이 ‘영어’라는 언어 그 자체가 지닌 특색에 대해 차근차근 털어나가며, ‘실제로 사용되는 영어’를 배워나가는 것이다.
5) Challenger(중급) 과정
만약 Beginner 과정을 성실히 수강하여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면, 이제 여러분은 영어로 기초적인 대화는 나눌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이어서 소위 ‘누나영의 꽃’이라고 불리는 Challenger(중급) 과정에서는, 기초적인 구문을 넘어서, 완료시제, 관계사, 분사, 5형식 동사 패턴 등, 중급 영어 구사자가 되는데 필수적인 심화 개념들을 익한다. Challenger 과정이 꽃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일상에서 매일매일 사용하는 문법과 구문들을 다루기 때문이다. 나도 Challenger 과정은 아직 수강 중에 있으므로, 이에 대한 자세한 후기는 다음을 기약하도록 하겠다.
3. 맺음말
맺음말은 본래 말투로 돌아오겠습니다. 정말 이렇게까지 길어질 줄은 몰랐는데 쓰다보니 어느새 A4 10쪽 분량.. 원래 12월 29일쯤 올리려고 했는데, 글을 완성시키고 나니 새해가 되어버렸네요..ㅋㅋㅋㅠ 그만큼 누나영에서 배운 게 많다는 뜻이겠지요..! 이리도 길고 지루한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정말정말 감사드립니다:) 사실 제가 언어학을 전공했거나 지금 영어를 썩 잘하는 것도 아니므로, 이런 글을 쓴 게 좀 같잖아 보일 지도 모르겠습니다ㅠ 당연히 저도 제 글의 내용이 정론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각기 다른 노력으로 영어를 성취하신 모든 분들을 존경합니다! 혹시 딱딱한 문체나 공감가지 않는 부분에 불쾌하셨던 분이 계시다면, 너그러이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서론에서 얘기했듯이, 처음 누나영을 등록할 때만 해도 제 목표는 ‘영어로 외국인과 대화 나눌 정도는 해보자’였습니다. 아마 누나영이 아니었다면, 제 목표가 지금처럼 bilingual로 바뀌진 못했겠죠. ‘한 번뿐인 인생, 영어로 넓은 세계를 경험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언제까지 전부 흐지부지 끝나기만 할 겁니까? 이렇게 치열하고 집중적으로 영어를 공부할 수 있는 기회는 앞으로 다신 오지 않을 겁니다’, ‘왜 열심히 해 볼 생각은 않고 이미 잘하는 사람을 부러워만 하세요? 여러분도 다 노력하면 이뤄낼 수 있습니다’. 선생님들의 이런 좋은 자극들이 훌륭한 강의와 합쳐져, 제 인생은 하나의 변환점을 맞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제가 이곳에서 얻은 것 중 가장 의미 있는 건, bilingual이라는 목표와 저도 할 수 있다는 확신입니다. 해외에 나가본 경험도 없고, 몇 달 전엔 ‘몇 층 가세요?’도 영어로 하지 못했던 저조차도 말이죠..! 누나영은 bilingual이 되는 게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실감시켜주었지만, 동시에 누구나 의지만 있다면 언젠가 다다를 수 있다는 확신도 심어주었습니다. 따라서 저는 감히 여러분들께, bilingual로 나아가는 가장 효율적인 길 중 하나로 누나영을 추천 드리겠습니다! 이 글을 통해 그저 몇 명이라도 영어 공부에 도움을 얻거나 누나영에서 bilingual로 거듭나게 된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후기의 보람과 가치가 있을 것 같네요ㅎㅎ
마지막으로, 위기 속에서도 학생들을 먼저 생각해주신 누나영 선생님들과 매니저분들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신경써주시는 만큼, 더 열심히 해서 꼭 bilingual로 거듭나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쩌다보니 후기글로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는데,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2021년에는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원하는 바를 성취하실 수 있기를 기원하겠습니다:)